심장 건강을 살피다 보면 심전도(ECG) 검사에서 “좌각차단(Left Bundle Branch Block, LBBB)”이라는 용어를 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좌각차단은 흔히 무증상으로 발견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심장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오늘은 좌각차단의 정의, 원인, 증상, 진단 방법, 치료 및 관리 방안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좌각차단(LBBB)란 무엇인가?
좌각차단은 심장의 전기 신호가 좌심실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좌각(Left bundle branch) 경로에 이상이 생겨 전도 속도가 느려지거나 차단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심장은 전기적 신호를 통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합니다. 이때 전기 신호는 방실결절(AV node) → 히스다발(His bundle) → 좌각·우각으로 퍼져 양쪽 심실로 전달됩니다.
- 우각(Right bundle branch) 은 우심실로 신호를 보냅니다.
- 좌각(Left bundle branch) 은 좌심실로 신호를 보냅니다.
좌각차단이 발생하면 좌심실로 신호가 정상적으로 전달되지 못해, 우심실에서 좌심실로 늦게 전도가 이루어집니다. 그 결과 심전도에서 특징적인 패턴이 나타나며, 심장 박동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원인
좌각차단은 단순한 전도 이상일 수도 있고, 심장질환의 중요한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심혈관 질환
- 관상동맥질환(CAD) : 심근경색 후 흔히 나타날 수 있으며, 좌심실 기능 저하와 연관됨.
- 고혈압성 심장질환 : 장기간의 고혈압으로 심장이 두꺼워지며 전도계 이상을 유발.
- 심근병증(Cardiomyopathy) : 확장성, 비후성 심근병증 등에서 동반될 수 있음.
- 심부전(Heart failure) : 좌심실 기능 저하가 심한 환자에서 자주 관찰됨.
2. 심장 수술이나 시술 후
- 판막 수술, 심장 수술,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 후 발생 가능.
3. 노화와 구조적 변화
- 노인에서 특별한 심장질환이 없어도 전도계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할 수 있음.
4. 기타 원인
- 심근염, 전해질 이상, 심장 종양 등 드물지만 다양한 원인이 있음.
증상
좌각차단 자체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원인이 되는 심장질환이 있을 경우 다음과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가슴 통증 :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연관
- 호흡 곤란 : 심부전 악화 시 발생
- 어지럼증·실신 : 심박동이 불규칙하거나 지나치게 느릴 때
- 운동 시 피로감 : 심장 박출량 감소로 인한 증상
따라서 단순히 “좌각차단이 있다”는 결과만으로 안심하기보다는, 동반된 증상과 원인 질환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단
좌각차단은 주로 심전도(ECG) 로 진단됩니다.
심전도 소견
- QRS 파가 0.12초 이상(120ms 이상) 으로 넓어짐
- V1~V3에서 넓은 S파
- V5~V6, I, aVL에서 넓고 노치 모양의 R파
- ST-T 변화(이차적 재분극 이상) 동반 가능
이러한 특징적인 패턴을 통해 좌각차단 여부를 확인합니다.
추가 검사
좌각차단이 확인되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 심장 초음파(Echocardiography) : 좌심실 기능, 심부전 여부 확인
- 심근관류 스캔/관상동맥 조영술 : 관상동맥질환 평가
- 심장 MRI : 심근병증, 섬유화 여부 확인
- 혈액검사 : 전해질 이상, 심근 효소 수치 측정
임상적 의미
좌각차단은 단순히 전기적 이상일 수도 있으나, 예후와 관련된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급성 심근경색 시 진단 어려움
LBBB가 있으면 ST분절 변화 해석이 어려워 심근경색 진단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응급 상황에서는 심장효소검사, 심초음파를 병행해야 합니다.
심부전과의 연관성
LBBB는 좌심실 수축의 동기화를 방해하여 심부전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후적 의미
좌심실 수축기능 저하 환자에서 LBBB는 사망률과 이환율 증가와 연관됨.
따라서 주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치료 방법
좌각차단 그 자체를 치료하는 방법은 없으며, 원인 질환 치료와 합병증 관리가 핵심입니다.
1. 원인 질환 치료
- 관상동맥질환 : 스텐트 시술, 약물 치료(항혈소판제, 베타차단제 등)
- 심부전 : 이뇨제, ACE 억제제, ARNI, 베타차단제 등 약물 요법
- 고혈압 : 철저한 혈압 조절
2. 전기적 치료
- 심장 재동기화 치료(CRT, 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
- 좌심실 구혈률(EF)이 35% 이하이면서, 좌각차단이 동반된 심부전 환자에서 고려됨.
- 좌심실과 우심실에 동시에 전기 자극을 주어 심실 동기화를 회복시키는 치료.
- 증상 개선과 생존율 향상 효과가 있음.
 
3. 생활 관리
- 규칙적인 심장 초음파 추적 검사
- 금연, 절주, 저염식 식단 유지
- 유산소 운동을 포함한 생활 습관 개선
좌각차단 환자의 관리와 예후
좌각차단 환자의 예후는 원인 질환 유무와 좌심실 기능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 심장 구조적 질환이 없는 경우 : 특별한 증상이나 위험 증가 없이 지낼 수 있음.
- 심장질환이 동반된 경우 : 심부전 악화, 부정맥, 사망률 증가와 연관됨.
- CRT 치료 적합 환자 : 치료 후 운동 능력과 생존율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음.
따라서 좌각차단이 발견되면 단순히 결과만 확인하지 말고, 심장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밀한 평가와 맞춤형 치료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
좌각차단(LBBB)은 흔히 심전도에서 우연히 발견되지만, 때로는 심근경색, 심부전, 고혈압성 심장질환과 같은 중요한 심혈관질환의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 기저 질환이 동반되면 예후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원인 파악과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 진단 : 심전도에서 QRS 파 widening과 특징적 패턴
- 원인 : 심혈관질환, 심근병증, 노화, 수술 후 합병증
- 치료 : 원인 치료, 심부전 관리, 심장 재동기화 치료(CRT)
- 예후 :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지며, 심장 전문의 추적관찰 필요
좌각차단이라는 결과가 나온 경우, 단순한 이상 소견일 수도 있지만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심장내과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